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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 여파, 보험금 해지 급증

이환 | 2017-03-02 10:00:01

경기불황 여파로 보험 해지가 급증하고 있다. 해지로 인한 원금 손실 규모가 연 5조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보험을 담보로 한 대출까지 늘고 있다.

보험사들은 계약자들이 입는 해지 손실과 늘어나는 대출 이자로 매년 수조원씩 벌어들이고 있다. 선진국을 웃도는 국민들의 보험료 부담율을 감안할 때 보험상품의 불완전ㆍ과잉판매가 중도해지로 이어지는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도 있다.


보험 감당 못하는 서민들...보험사만 돈 번다_905074


2일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중 보험계약 중도해지로 소비자가 원금손실을 본 금액(납입 보험료-해지환급금)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합쳐 3조8903억원에 달했다. 연간 기준 손실 금액은 4조8000억원∼4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 중도해지로 인한 소비자 원금손실 규모는 2012년 4조9982억원에서 2013년 4조4029억원, 2014년 4조1928억원으로 감소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2015년 4조8579억원으로 1년 새 16% 늘어난 뒤 다시 증가추세다.

소비자가 보험계약 중도해지로 원금손실을 본 금액은 2012년부터 2016년 3분기까지 5년간 15조6000억원에 이른다. 생명보험 13조4000억원 손해보험 2조2000억원이다. 계약자들이 원금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보험을 해지하는 데는 정체된 가계소득과 급증한 빚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소득이 줄거나 정체되는 사이 빚이 크게 늘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되자 매달 납입해야 하는 보험료가 적잖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스위스 재보험사인 스위스리가 각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보험료를 의미하는 이른바 ‘보험 침투율’을 조사했더니, 한국이 11.4%로 세계 5위였다. 국민 1인당 1년에 300만원 이상을 보험료로 내는 등 국가 전체가 한 해 버는 돈의 11% 이상을 보험료를 내는 데 썼다는 뜻이다. 선진국 평균치(8.6%)보다 월등히 높다. 결국 높은 보험료 부담 탓에 불황 때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보험을 깨 빚을 갚거나 생활비로 쓰는 행태가 빈번하게 나타나게 됐다.

보험 해지의 전초 단계로 여겨지는 보험금을 담보로 한 대출도 늘고 있다. 이 같은 약관대출은 까다로운 대출심사 없이 손쉽게 받을 수 있는 ‘생계형 대출’로 통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돈 떼일 위험은 없이 안정적으로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 반대로 계약자들은 내가 낸 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데도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내야 한다.

지난해 9월 말 보험사들의 약관대출 잔액은 53조6661억원으로 1년 새 2조1743억원(4.2%) 증가했다. 확실한 담보에도 불구하고 대출 금리는 최소 4.0%에서 최대 9.22%(올해 2월 공시 기준)로 은행을 크게 웃돈다. 보험사 대출은 약관대출이 절반을 차지하고, 주택담보대출이 43%, 신용대출은 7% 정도다.

박용진 의원은 “보험사들이 매년 해지 환급금으로 수조원에 이르는 수익을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벌어들이고 있다”며 “환급 체계가 합리적인 수준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베타뉴스 이환 기자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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