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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게임인이 보드게임을 꼭 해야 하는 9가지 이유는?

박상범 | 2017-04-27 23:06:40

젬블로 오준원 대표는 27일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에서 ‘보드게임 개발이 게임인에게 필요한 9가지 이유’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오 대표는 IT업계에 발을 들였지만 내 아이디어가 쉽게 반영되지 않고 이마저도 남의 것이 되는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드게임카페에서 보드게임을 처음 만나게 됐고 게임마다 만든 이의 이름이 있어 ‘나도 이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에 1억을 모아 보드게임 개발에 뛰어들어 2003년 젬블로를 개발한 후 지금까지 다양한 보드게임을 개발해왔다.

오 대표는 게임인이 보드게임 개발을 해야 하는 이유로 △디지털게임과 보드게임간의 플랫폼 전환 증가 △게임을 활용한 교육으로 쓰이는 최고의 플랫폼 △타 콘텐츠와의 결합 가능성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8만 가지의 다양한 아이디어 존재 △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50여가지 매커니즘 보유 △게임 개발시 유용하게 쓰이는 보드게임 프로토타입 △아이디어 강탈자가 생존하기 힘든 특이한 시장 △소셜펀딩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 △보드게임의 황금기 도래 등 9가지를 꼽았다.

보드게임은 게임 기획력이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장르인 것은 물론 종이만 있으면 아이디어 발현이 가능한 플랫폼이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 오 대표의 의견이다.

그는 교육 과정에 보드게임 활용 교육이 많이 쓰이고 있음을 주목했다. 안전이나 코딩을 테마로 한 게임은 초등학교에서 많이 쓰이는 것은 물론 기업에서 직원 교육에도 활용되고 있다. 심지어 보드게임을 개발하는 교사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공한 PC-콘솔-모바일 게임들의 보드게임화는 물론 타 분야와의 결합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예능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를 비롯한 다수의 방송에서 보드게임의 아이디어가 활용되는 것운 물론 레크레이션이나 무대 이벤트로도 활용되고 있다. 또한 동화와 소설 테마, 영화 등과 결합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지난 GDC에서는 AR/VR과의 결합을 통해 보드게임이 대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특히 오 대표는 아이디어 창고로서 보드게임을 주목하라고 제안한다. “보드게임긱닷컴(Boardgamegeek)이라는 사이트에는 8만가지가 넘는 공공 저작물화(Public Domain)된 보드게임들이 있어서, 저작권에 저촉되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 조금만 변형해 내 아이디어를 더하면 아주 재밌는 캐주얼 게임 개발이 가능하다. 이 방법의 최고 성공사례는 ‘훌라’로 알려진 ‘RUMMY’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이스라엘에서 타일 게임으로 만들어낸 ‘루미큐브’다. 우리도 이를 알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50여가지 보드게임 매커니즘은 게임인에게 좋은 무기가 된다고 조언했다. 지금 나오는 다양한 게임들은 사실 보드게임에서 영향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게임이 작동되는 원리에 대한 것들을 알고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되며, 작동법을 공부하고 해보면 얼마든지 활용해 다른 게임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드게임과 ‘오버워치’를 비교해보면 이 메커니즘이 많이 들어가 있다. ‘리얼타임’은 실시간 대전으로, ‘액션 포인트 시스템’은 다양한 아이템의 제한적 사용, ‘롤플레잉’은 기능의 차이를 가진 다양한 캐릭터 활용, ‘다이스 롤링’은 명중률이나 대미지와 연결된다.

기획 회의에서 보드게임으로 프로토타입를 하는 사례들도 많다. 유명 개발자들도 ‘전통적 게임으로 만들고 분석하는 것이 완벽한 비디오게임 개발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자리에서 보드게임으로 만들어 회의를 하고 아이디어를 변형하고 디지털로 변형시키고 다시 변형된 것을 다시 보드게임에 적용시키는 발전적 과정을 거치면 아주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오 대표는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은 내 아이디어를 시각화하고 공유하기 좋은 기법이며 또 다른 아이디어로 발전한다. 하지만 안 해본 사람에겐 어려운 일”이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보드게임은 해적판이나 카피캣이 오리지널 게임을 결코 이길 수 없는 시장이다. 먼저 나와서 알려지면 해적판을 쓰는 것에 부끄러워하고 알아서 피하는 특이한 시장이며, 이는 게임업계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한 최근 소셜펀딩이 각광을 받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보드게임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펀딩 금액이 1~2천만원 정도인데 이 정도로 모바일 게임 개발은 불가능하지만 보드게임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킥스타터 CEO도 ‘보드게임이 투자금이 모이는 비용에서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고 국내에서도 성공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해외의 한 예로 ‘폭발하는 고양이들’이라는 보드게임은 일종의 폭탄 돌리기 카드게임인데 여기에 90억원이 몰린 바 있다.

마지막으로 오 대표는 “아무리 모바일 게임이 득세한다지만 지금은 보드게임의 황금기다. 국내에서도 성공한 작가들이 나오고 있다. 내 보드게임을 만들어 펀딩받는 걸 반드시 꿈꿔야 한다. 시도해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이걸 디지털 게임화하는 것에 활용할 수 있다. 여러분도 이 대열에 꼭 합류하시길 바란다.”며 끝을 맺었다.

베타뉴스 박상범 기자 (ytterbi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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