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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면세점 특허심사 조작 확인…롯데 '부당탈락'VS한화·두산 '수혜'

박지수 | 2017-07-11 15:11:43

관세청, 평가점수 부적정 산정…'한화·두산' 수혜
평가기준에도 없는 독과점 적용해 '롯데' 탈락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로 특허 4곳 추가
관련자 8명 징계 요구…천홍욱 관세청장 수사요청

관세청이 지난 2015년 시내면세점 특허를 심사하면서 의도적 조작을 통해 호텔롯데 대신 한화갤러리아와 두산이 신규 사업자로 선정돼 순위가 뒤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11일 공개한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관세청은 지난 1~2차 면세점 특허심사 당시 평가점수를 조작해 한화와 두산을 면세사업자로 선정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롯데면세점

또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늘리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기 위해 기초자료를 왜곡, 1개면 충분한 신규 특허를 4개로 확대해 경영 환경을 악화시칸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은 자신들이 시내면세점 신청 업체의 사업계획서, 세관장 검토의견서 등을 기초로 계량항목 평가점수를 산정해 제공하면, 특허심사위원들이 별도 검증 절차 없이 이를 바탕으로 업체를 선정하는 허점을 악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은 2015년 1월 서울에 시내면세점 특허 3개를 신규 발급하면서 평가점수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관세청 서울세관은 '세관장 검토의견서'를 작성하면서 한화 시내면세점이 들어설 곳의 공용면적을 매장면적에 포함시킨 반면, 나머지 업체들은 매장면적과 공용면적을 구분했다. 7520㎡인 한화의 매장면적은 공용면적(1416㎡)이 더해지면서 8937㎡로 부풀려졌다. 이로 인해 한화는 해당 항목의 순위가 1계단 상승했다.

▲한화갤러리아면세점. ⓒ한화갤러리아

'법규준수도' 점수를 산정하면서도 한화에게만 특혜를 줬다. 법규준수도를 정당하게 산정하기 위해선 보세구역운영인 점수(89.48점)와 수출입업체 점수(97.9점)의 평균(93.69점)을 내야 하는데, 점수가 더 높은 수출입업체 점수만 반영해 한화의 평가총점이 150점 과다 부여됐다.

한화는 수출입업체 점수가 97.9점, 보세구역운영인 점수가 89.48점이라 평가 기준 점수는 두 점수의 평균인 93.69가 돼야하지만 관세청은 더 낮은 보세구역운영인 점수를 삭제하고 수출입업체 점수인 97.9점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중소기업제품 매장설치 비율 점수에서도 롯데에만 불이익을 줬다. 전체 매장면적에서 중소기업 제품 판매 매장면적(중소 매장면적)의 비율이 클 수록 높은 점수를 부여받게 돼 있는데 롯데에만 중소 매장면적이 아니라 더 면적이 적은 중소 영업면적을 적용했다. 이 때문에 롯데의 해당 비율은 원래 비율인 35.65%가 아니라 19.98%로 기재됐다.

감사원 조사결과, 이를 종합해 보면 한화는 원래 받아야 할 점수보다 240점을 더 받았고, 롯데는 190점을 덜 받았다. 한화는 당시 271점 차이로 롯데를 이겼다. 제대로 점수가 부여됐다면 한화가 아니라 롯데가 선정됐어야 했다.

▲두타면세점. ⓒ두산

2차 특허심사에선 두산이 특혜를 입었다. 관세청은 1차 신규 시내 면세점 선정 이후 그 해 말, 특허기간이 만료되는 서울 지역 3개 시내면세점의 후속사업자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두산, 신세계, 롯데 소공점이 선정됐고, 당시 기존 사업장이었던 롯데 월드타워점과 SK 워커힐 면세점은 탈락했다.

감사원 조사 결과, 월드타워점의 탈락에서도 관세청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은 그 해 5월 면세점 신청 공고를 내면서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을 최근 5년간 실적으로 작성해 제출하라고 적시했지만 정작 평가시에는 갑자기 최근 2년간의 실적으로 기준을 바꿨다. 그 결과 다른 경쟁자들은 모두 점수가 20점으로 동일해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롯데의 경우 5년 기준 1.2%로 해당 항목에서 15점을 받을 수 있었지만 2년 기준 비율이 0.5%에 불과해 5점을 얻는데 그쳤다.

매장규모 적정성 항목에서도 오류가 발생했다. 상대평가로 이뤄지는 이 평가는 1위 업체가 30점을 받고 나머지 업체들은 업체수에 따라 순위별 점수차이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경쟁자가 총 2개라면 1위 업체가 30점, 2위 업체가 15점을 받게 된다. 3개 업체라면 2위가 20점, 3위가 10점이다. 4개 업체라면 2위가 22점, 3위가 14점, 4위가 6점이다. 
 
관세청은 이 때 4개 업체가 참여해 1개 업체가 먼저 선정된 상태라 3개 업체를 기준으로 점수 배정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관세청은 4개 업체 기준으로 점수를 배분해 결과적으로 롯데는 점수를 손해봤다. 그로인해 롯데 월드타워점은 제대로 받아야 할 점수보다 191점을 덜 받았다. 이 때문에 원래보다 48점을 손해보는데 그친 두산이 롯데 월드타워점을 제치고 사업자로 선정됐다. 당시 두 업체간의 점수 차이는 38.5점에 불과했다.

2016년 신규 면세점 선정 과정도 문제가 드러났다. 2015년 1월 기재부와 관세청은 합동으로 “2015년 서울 시내 면세점 3곳을 신규로 선정한 뒤 추가 선정 여부는 향후 2년마다 정한다”고 발표했다. 원래 2016년에는 신규 면세점 선정 예정이 없었던 것.

그런데 2015년말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 사안이 급박하게 추진되기 시작했다.

감사원 자료는 “2015년 12월 말경 대통령이 경제수석실에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특허를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발급할 것을 지시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상목 당시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이 기재부에 방안 마련을 지시했고, 기재부는 2016년1월6일 방안을 마련해 경제수석실에 보고했다. 그 해 4월 관세청은 서울 지역 시내면세점 4개 신설 공고를 냈다.

면세점 4개 신설을 합리화하기 위해 관세청은 근거를 왜곡했다. 용역보고서 상 70만~84만 명인 ‘매장당 적정 외국인 구매고객 수’를 50만 명으로 적용하거나, ‘현재 점포당 매장면적’을 산출하면서 2015년2차 사업자들의 매장면적(2만2617㎡) 대신 이미 특허만료된 사업자들의 매장면적(1만2553㎡)을 포함하는 수법으로 현재면적을 과소 산정했다. 그 결과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이 4개 중 대기업 몫의 3개 사업자로 새로 선정됐다.

관세청은 특혜 논란이 일자 증거를 인멸했다. 관세청은 신청 업체로부터 제출받은 사업계획서를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기록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9월 국정감사 중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사업계획서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자 관련 서류를 업체에 돌려주거나 파기했다. 구체적으로 본청에 보관하던 서류와 서울세관에 보관하던 선정업체의 신청서류 2부 중 1부는 반환했고 탈락업체의 신청서류 2부는 파기했다.

관련 대기업들이 미르, K스포츠재단 등에 대한 거액 기부의 대가로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도 주목된다. 특히 감사원 감사 결과 롯데는 2015년의 두 차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한화, 두산에 밀려 부당하게 피해를 입었고, 이듬해 3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
 
이후 롯데는 다시 월드타워점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물론 2015년 특혜 의혹이 짙어진 한화, 두산도 더욱 강하게 의혹을 받게 됐다. 세 기업은 모두 미르, K스포츠재단 등에 거액을 기부했던 기업이다.

감사원이 천홍욱 관세청장 등을 비롯해 이번 사안에 연루된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

 

베타뉴스 박지수 기자 (pj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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