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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두산·롯데 '면세점 스캔들' 파문, '기업 옥죄기' 신호탄?

김세헌 | 2017-07-12 10:41:29

[김세헌기자] "정경유착이라는 낱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재벌 개혁을 기치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공정거래위원회 등 기업 사정 기관의 위상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계가 또 다시 초긴장상태에 빠졌다.

감사원이 11일 발표한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 실태' 감사에서 2015년 신규 및 후속 면세점 사업자 심사와 2016년 면세점 신규 특허 추가 발급 결정 과정의 특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관련 업계는 물론 재계 전반으로 큰 혼돈에 휩싸이고 있는 것.

문재인 정부가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로 맞대응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재계 역시 긴장을 끈을 놓치 못한 채 이번 면세점 특혜 사태의 향후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정경유착 근절과 재벌개혁 등을 핵심 경제 기치로 내세운 만큼, 이번 사태가 본격적인 기업 사정의 신호탄일 될 수도 있다는 견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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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면세점업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2015년 잘못된 신규 면세점 사업자 심사를 통해 한화갤러리아 등 사업권을 얻지 못해야 하는 사업자가 사업자로 선정이 됐다. 후속 면세점 사업자 심사에서도 두산이 수혜를 입게 된 상황이 벌어졌다.

2015년 신규 면세점 사업자 심사 과정에서 롯데를 제치고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한화갤러리아는 당시 사업자 선정 공고를 기준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면세점 선정 과정이나 세부항목 평가 점수는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후속 면세점 사업자 심사 과정에서 롯데를 누르고 사업권을 획득한 두산도 특허 신청 과정에서 아무런 부정행위가 없었던 만큼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특별히 내놓을 입장이 없다는 반응이다.

관세법상 특허 신청 업체가 특허 취소 사유에 해당되는 거짓 및 부정한 행위를 하지 않았을 경우 절차 상 하자가 드러난 것만으로는 특허권을 취소할 수 없다.

다만 사업권 박탈로 인한 고용 문제 등 피해와 관련, 이번 사태는 롯데 등 해당 기업이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문제로도 볼 수 있다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이처럼 현재는 기업 사정의 칼 끝이 한화, 두산 등 면세업종 기업을 겨냥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다른 기업들도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있어 상황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당시 공정 경쟁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재벌 개혁에 힘을 기울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 4월 후보시절 중소기업 정책을 발표하면서는 “재벌 중심 경제체제가 대한민국 미래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제 재벌 대기업 중심 성장전략을 폐기할 때”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재벌 안팎의 감시장치가 대폭 강화될 전망인 가운데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과 더불어 신설되는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는 문재인 정부가 기업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엄단하는 등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기업들의 생산적이고 건전한 투자 및 생산활동에는 어떠한 걸림돌도 없도록 앞장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재계는 문재인 정부가 상법개정안 등 ‘기업 때리기’ 법안 추진과 공정위 조사국 부활 등을 통해 기업에 대한 사정기능 강화에 나설 경우 경영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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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 후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보여주기식 조사와 무차별 행정집행에 기업들이 골병이 들 수 있다”며 “무차별 사정을 하고 법으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식의 기업 정책은 부작용이 클 것”이라면서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재계는 문재인 정부가 삼성·현대차·SK·LG 등 4대그룹을 타깃으로 재벌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관련 정책 추진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향후 경영권 승계 등에 있어서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재계는 저성장 흐름,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내외에 악재 속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 활동을 옥죄는 법안을 자제하는 한편 투자 활동 등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과감하고 신속히 해소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기업 활동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해가는 추세이지만 국내서는 오히려 규제가 강화되는 양상인 만큼 투자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미국과 프랑스 등은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인상한다는 방침을 밝힌바 있어 재계는 크게 긴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으로 상법 개정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소송제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서면투표제 ▲대표소송 단독주주권의 도입 등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지배구조 개혁과 투명한 경영구조 확립 ▲재벌의 확장력 억제 ▲공정한 시장경제 확립 등을 이뤄나가겠다는 목표다.

재계는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명분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법인세 인상과 기업활동 규제 법안 추진 등 기업 옥죄기가 본격화될 경우 따르는 역효과와 위험성이 클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A그룹 관계자는 “재벌 개혁을 위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헤지펀드 공격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며 “상법 개정안은 대형 펀드들의 입김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전체 기업에 대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B그룹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추진한다고 밝힌 재벌개혁이 지나친 기업 옥죄기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줬으면 한다”면서 “나아가 규제뿐 아니라 기업 활동도 더 잘하게 할 수 있는 장치나 기업가정신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함께 나와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베타뉴스 김세헌 기자 (betterman8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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