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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메모리 인수 SK하이닉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김수현 | 2017-09-22 12:31:28

WD 추가 소송 제기
완전 인수까지 고비 적지않을 전망

지난 21일 도시바는 베인캐피털 컨소시엄(한미일 연합)에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곧이어 같은 날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이 추가 소송을 제기하는 등 완전 인수까지는 여러 고비를 넘어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WD가 결코 도시바를 포기치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하면서 주식매매계약체결(SPA) 체결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적잖은 자금을 투입한 SK하이닉스는 ‘개문발차’ 형태의 계약 성사에 안주키 어려운 입장이다. 구체적인 인수 세부안이 정해지지 않아서다. 단순히 돈만 빌려주는 들러리는 되지 않겠다는 SK하이닉스의 의지도 읽힌다.

니혼게이자이, 마이니치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WD의 자회사 샌디스크는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에 도시바를 제소했다.

도시바와 공동 운영중인 일본 욧카이치 제6공장(Fab 6)에 도시바가 단독으로 투자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취지다. WD는 지난 5월에도 “도시바 매각은 WD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같은 법원에 제소한 바 있다.

WD의 지난 5월 제소는 ‘매각 반대’가, 이달 제소는 ‘투자 반대’가 핵심이다. 당장 이달 제소건은 도시바 메모리 매각 성사 여부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안이다.

하지만 지난 20일 밤 도시바가 도시바 메모리 매각 주체를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이라 발표하자 이에 대한 대응 차원이어서 단순히 무시하기도 힘든 사안이다. 통상 국제중재법원의 중재 절차는 1년이 걸린다.

WD의 소송건 뿐 아니라 도시바 메모리 매각 과정은 여러모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 합류한 주체가 줄잡아 7~8곳은 되고, 컨소시엄이 만든 특수법인(판게아ㆍPangea)에 도시바 메모리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이어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는 SK하이닉스 외에도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일본 국책은행 일본정책투자은행,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 미국의 애플과 델, 시게이트, 호야 등도 합류한 상태다. 합류 주체가 많은 만큼 각종 변수와 이해관계의 고려 사항도 복잡한 ‘고차방정식’이다.

SK하이닉스에게 진짜 협상은 이제부터라는 업계의 분석도 이에 근거한다. 이번 인수에서 SK하이닉스는 전환사채(CB) 형태가 아닌 단순 융자 형태로 자금을 대는 것으로 전해진다. 추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없는 단순 융자는 투자 의미가 제한적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SK하이닉스로선 앞으로 남은 협상에서 구체적인 융자 조건과 비중 등에 대한 추가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쟁점이 될 근본적인 협상 영역은 컨소시엄 구성 주체들에게 돌아갈 각각의 의결권 비중이다. 도시바는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일본 정부 의지도 같다. 추후 협상에선 7~8곳이나 되는 인수 주체들이 가져갈 의결권을 사이에 두고 컨소시엄 내부에서의 치열한 이권 다툼도 예고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입장을 바꿔온 도시바가 또다시 ‘변심’할 개연성도 있다. 여기에 WD 소송 결과와 도시바 매입 건에 대한 각 회사들의 이사회 승인, 각국의 반독점 심사 역시 도시바 인수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들이다.

한편 도시바 메모리는 도시바의 반도체 메모리 사업을 분사화해 지난 4월 1일 발족된 회사로 직원 수는 약 9,000명, 2018년 3월기 매출액은 1조1639억 엔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반도체 낸드(NAND) 형 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하는 회사로 세계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에 이어 2위다. 또 업계 3위인 WD과 미에현 욧카이치에 공장을 신설해 플래시 메모리를 공동 생산하고 있다.

베타뉴스 김수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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