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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모랄해저드' 금감원-하나은행, 초록은 동색인가

전근홍 | 2017-09-23 21:09:56

[베타뉴스 전근홍 기자] 서로 비슷한 사정을 보아주며 감싸주는 패거리 문화를 일컬어 '가제는 게편이요', '초록은 동색이다"라고 말한다.

최근 금감원과 하나은행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불거진 인사 비리를 보면서 이 속담이 '딱'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금융노조 KEB하나은행지부는 성추행 가해자 재취업 사건과 관련해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에 KEB하나은행의 인사·경영관리가 적정한지 여부를 검사해 달라는 ‘특별감독 진정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금융감독원이 KEB하나은행에 대한 검사를 연기할 것이란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해당 사건은 4년 전 성추행을 일삼아 조사를 받던 지점장이 자진 퇴사 형식으로 물러난 뒤, 하나금융지주 계열사로의 이직을 거쳐 해외 지점의 지점장으로 재취업한 사건이다.

취재를 시작하자 하나은행 측은 계약직으로 재취업 했으며, 평소 실적이 좋았고 물의를 일으킨 직원이 조직에 ‘결초보은’(結草報恩) 하길 강력히 희망했다고 설명했다.

계약직으로 채용돼 재직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조직에서 받은 은혜를 갚고 퇴직하길 희망했단 이유로 문제가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늘어놓고 있는 것.

하나금융지주와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최순실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이상화 전 본부장에 대한 인사 특혜 의혹으로 이미 검찰 조사를 받은바 있다.

하나은행 노조는 이번에 금감원에 낸 특별감독 요청이 과거 정권에서부터 있었던 적폐(積弊)를 청산하고 합병한 외환은행과 화학적 결합을 통한 원뱅크(one-bank)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 출신인 최흥식 금감원장은 자신이 몸담았던 하나은행의 잡음을 해소할 겨를이 없어 보인다. 금감원 임직원의 무더기 채용 비리 등 '비리 백화점'을 먼저 추수리는 게 발등의 불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을 포함, 하나은행의 인사 비리는 인사 시스템 붕괴의 대표적 사례로 '모랄 헤저드'가 극에 달한 대표적인 사례다.

정권이 바뀌어도 금융산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여전하다. 이번에 적발된 인사비리는 사실 빙상일각이다. 일자리 창출이 현 정권의 최우선 정책과제다. 왜 그럴까. 시장에 일자리가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사를 둘러싼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는 가장 먼저 청산해야 할 적폐다.

금융권이 생존하고, 대한민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도덕적 신뢰가 시장에 먼저 깔려있어야 한다'

베타뉴스 전근홍 기자 (jgh2174@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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