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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식 M&A 독주, SK그룹 '골든타임 잡기' 사력

김혜경 기자 | 2017-10-18 13: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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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뉴스/경제=김혜경기자] 최근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연합 컨소시엄이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서 승기를 거머쥐면서 ‘승부사’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광폭 행보가 또 다시 주목을 받았다.

국내외 M&A(인수합병)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SK는 올해 최 회장의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 주문에 맞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굵직한 M&A가 등장하는 곳이면 어김없이 그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딥 체인지’ 모토는 M&A를 통한 사업구조 혁신이 골자다. 최 회장은 위기 상황일수록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단기 수익 위주의 경영 전략을 벗어나 미래 먹거리를 선점, 장기적인 이익을 꾀하겠다는 의도다. 지주사 SK㈜를 앞세워 IB업계 DNA를 이식하는 등 최 회장은 그룹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모양새다.

SK그룹은 창립 이래 굵직한 M&A를 통해 덩치를 키워왔다. 1980년 대한석유공사(현 SK㈜)인수로 석유화학 수직 계열화를 이뤄냈고, 1994년에는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를 통해 정보통신기술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시켰다. 최 회장 취임 후인 2011년에는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인수로 반도체 사업에 본격 진출한 바 있다.

이같은 M&A 결과로 편입된 계열사들은 현재 그룹의 ‘캐시 카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올해 최 회장이 ‘딥 체인지’를 언급한 후 더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선두에 선 계열사는 SK㈜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미국 화학기업 다우케미컬에서 에틸렌아크릴산(EAA) 사업을 전격 인수한 뒤 8개월 만인 지난 11일 또 다시 다우로부터 염화비닐리덴공중합체(PVDC) 사업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두 건 모두 SK가 인수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해 기존대비 낮은 금액으로 인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8월에는 ㈜LG가 보유한 LG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이는 앞서 2015년 반도체용 가스 생산업체인 OCI머티리얼스(현 SK머티리얼스) 인수와 더불어 그룹 내 반도체 사업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최근 글로벌 산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도시바메모리 매각전에 참여해 승기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도 미리 반도체 사업을 신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SK하이닉스를 키워놨기에 가능했다.

지주사 SK㈜는 최 회장의 지휘 아래 글로벌 투자전문 지주회사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경영진은 뉴욕 등지에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투자은행(IB) 업계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IB 전문가와도 활발한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IB업계의 사업 경험을 그룹 경영에 접목시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SK의 대중국 투자 강화 행보도 눈여겨볼 만한 점이다. 최근 다른 기업들이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거나 전면 철수를 결정한 반면, SK는 오히려 현지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최 회장이 지난 2006년 제안한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의 일환이다.

2015년 광복절 특사로 출소해 복귀한 최 회장이 선택한 첫 출장지도 중국이었다. 그는 당시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종합화학과 중국 석유화학업체 시노펙의 합작법인 ‘중한석화’ 공장을 방문했다. 지난 17일에는 7400억원을 투자해 생산량을 기존 대비 약 40% 늘리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의 견고함이 향후 그룹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 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현재 SK하이닉스는 연이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았다”면서 “시가총액은 인수시점 시가 대비 4배 이상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또 “LG실트론 역시 반도체 웨이퍼 시황 지속으로 성공적인 M&A 사례로 인식된다”면서 “실트론의 실적은 2020년까지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NH투자증권도 “정제 마진, 석유화학제품 강세 기조로 SK이노베이션 실적 호조가 지속될 전망”이라면서 “실트론 인수, 중국 물류업체 ESR 지분투자, SK차이나 증자 등 신사업 폴트폴리오 강화 활동은 선 순환 구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