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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상품 써보니...] 올림푸스 OM-D / E-M5

강형석 | 2012-06-07 16:41:43

 

2012년이 다가올 무렵, 해외에서는 올림푸스가 새로운 미러리스 카메라 라인업을 전개할 것이라는 루머가 흘러나왔다. 현재의 PEN 시리즈가 과거 필름 카메라 PEN에 영감을 얻어 나온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러리스 카메라는 OM에 기반할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그 OM의 미러리스 버전을 두 눈으로 확인한 것은 지난 2월, 일본 CP+ 2012 행사에서다. 올림푸스 부스에 자리잡고 있던 OM-D는 확실히 과거 OM의 부활을 알리는 듯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3개월이 지난 5월이 되어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실제 OM-D의 국내 출시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유행을 크게 타지 않는 렌즈교환식 카메라의 특성상 크게 문제는 없다. 포인트는 '소비자에게 어떻게 다가가느냐'일 것이다. 4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는 OM 시리즈가 18년 만에 디지털로 부활한 만큼, 어떤 특징을 품고 있을까?

 


◇ OM이 부활했다! 클래식 디자인의 정점... PEN과는 다르다 = 올림푸스가 레트로 디자인을 처음 OM 시리즈에 접목한 것은 아니다. 정확히는 PEN 시리즈에서 처음 레트로 스타일을 접목하기 시작했는데, PEN은 기존 필름카메라 라인업에서 일부 특징만 가져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라면 OM은 철저히 기존 시리즈의 디자인 뼈대 대부분을 채용하고 있다.


디자인의 대부분을 OM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OM-D는 속은 디지털이지만 겉은 완전한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 OM 시리즈의 후속작과 같은 느낌을 준다. 딱딱하지만 개성 넘치고 단단한 느낌을 충분히 전달한다.


인터페이스는 조금 독특하다. 기존 PEN의 원형 다이얼이 없어지고 상단에 톱니바퀴가 물리는 듯한 디자인으로 두 개의 조작 다이얼을 올렸다. 다이얼 위에는 셔터버튼이 자리하고 있다. 조금 어색할 듯 하지만 실제로 보면 마감도 잘 되었고 위화감이 없다. 엄지와 검지를 사용해 조작하는 방식도 적응이 되니 빠른 설정을 도왔다는 점에서 좋았다.


후면에는 기능 버튼과 함께 액정 화면도 달려 있다. 특히 액정 화소에 인색하던 올림푸스가 OM-D에서 성능을 크게 올렸다. 61만 화소의 터치식 OLED가 달린 것. 게다가 틸트가 지원되면서 촬영 각도 설정이 수월해졌다. 액정 상단에는 144만 화소 전자식 뷰파인더까지 달았다.


놀라운 부분은 카메라 몸체. 물방울과 먼지를 방어하는 방진방적에 대응하면서 내구성이 높아졌다. 마그네슘 합금 프레임도 더해졌다. OM-D와 호흡하는 M.ZUIKO DIGITAL 12-50mm F3.5-6.3 렌즈도 방진방적을 지원한다.

 


◇ 마이크로포서드의 부족함 채워주는 결과물과 성능 돋보여 = 올림푸스가 내놓은 야심작 OM-D를 가지고 촬영을 시작했다. 렌즈는 OM-D와 함께 선보인 M.ZUIKO DIGITAL 12-50mm F3.5-6.3이 쓰였다. 35mm 환산 24-100mm에 대응하고 매크로 기능까지 갖춘 다목적 렌즈다. 카메라 설정은 표준에 조리개 우선 모드가 적용됐다.


결과물은 여느 올림푸스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 중 최고를 자랑한다. 안정적인 결과물에 높은 화소에 의한 디테일까지 잘 표현되고 있다.


OM-D는 약 1,600만 화소의 이미지 센서를 쓴다. 사양으로는 파나소닉 루믹스 GX1과 동일하다. 하지만 올림푸스 자체적으로 튜닝을 거친 것으로 보이고 제법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고감도에서도 노이즈가 적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은 마이크로포서드의 최대 성과가 아닐까 싶다.


 

▲ OM-D와 12-50mm 렌즈와 조합은 마이크로포서드 중 최고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OLYMPUS OM-D ▶M.ZUIKO DIGITAL 12-50mm F3.5-6.3 ▶초점거리 43mm (35mm 기준 86mm) ▶ISO 320 ▶ 조리개 F6 ▶셔터속도 1/160초 ▶평균측광 ▶이미지 설정:표준


감도는 ISO 200부터 25,600까지 지원한다. ISO 100부터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쉽지만 고감도 셋팅을 통해 폭 넓은 관용도를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감도가 올라가는 상황에서도 계조나 디테일 손상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점 잡는 실력도 수준급이다. 초기 PEN의 자동초점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으나 E-P3 때부터 나아지더니 OM-D에 와서는 완성형에 근접해 있다. 이제 파나소닉 GF 시리즈가 자동초점이 빨라 주목 받던 시기는 끝난 듯 하다. 그러나 동체추적 자동초점 성능은 PEN보다 좋아졌다고 하나 여전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 제품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몸체 외에도 렌즈에 있다. 새로 개발된 이 렌즈는 전동식과 수동조작식 모두 지원한다. 사용자가 입맛에 따라 스위치 조작으로 모드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은 좋다. 덩치가 커 휴대성에는 떨어지지만 화질은 뛰어나다. 매크로 모드에서는 마치 50mm 매크로 렌즈를 쓰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조리개 정도다.


동영상 성능은 최신 기종답게 무난한 정도를 보여준다. 풀HD 해상도를 지원하고 있으며, 코덱은 MPEG-4 AVC/H.264와 모션 JPG를 쓴다.

 


◇ 플래그십은 플래그십으로... 보급형 OM-D를 기대한다 = 올림푸스 OM-D는 기기적 완성도나 결과물 모두 업그레이드된, 한 마디로 마이크로포서드 렌즈교환식 카메라의 결정체인 모습을 하고 있다. 디자인 또한 개성이 넘치는데다 성능도 나무랄 데 없어 메인이나 DSLR을 대신할 세컨드 카메라 등으로 써도 만족감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먼저 버튼 조작감이다. 일부 버튼은 조금 높게 나와 있는데 조작성을 해치는 요인이다. 버튼을 깊게 눌러야 작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질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버튼 감촉을 조금 딱딱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겠다.


다음은 가격이다. OM-D 기본 킷은 139만 8,000원, 12-50mm 렌즈 킷은 179만 8,000원으로 다소 높게 책정돼 있다. 이 돈이면 고성능 렌즈교환식 미러리스나 DSLR 카메라를 손에 넣을 수 있다. 방진방적이나 마그네슘 합금도 좋지만 너무 자존심에 치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지금의 OM-D에서 방진방적이나 마그네슘 합금을 제외하고 디자인을 유지한 보급형 OM-D가 나오길 희망한다. 굳이 쓰면서 필요 없는 것들을 빼고 바디 킷을 80만 원대, 렌즈 킷을 100만 원대에 판매한다면 분명 틈새시장을 공략할 병기가 되는 것도 문제가 아니리라.

베타뉴스 강형석 기자 (kangh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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